http://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823918
6월 물가 상방 압력 커지고 소비심리 악화
기대인플레이션율 3.9%…10년來 최고
우크라 사태·공급망 차질 리스크 지속
소비자심리지수는 100 아래로
이달 들어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뛰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고, 국제유가·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기대인플레이션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이 물가 억제를 위해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명분이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또는 장기화를 방지하는 데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에 금리 전망도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소비자심리는 ‘낙관’에서 ‘비관’으로 전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의 긴축, 체감물가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기대인플레 3.9%…임금발 물가상승 우려 확산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6%포인트(p) 오른 3.9%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상승폭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자기 예언적인 특성이 있어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물가지표다. 근로자가 앞으로 물가 상승을 예상하면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비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실제 물가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이른바 ‘임금발 물가 상승’(wage push inflation)인데,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셈이다.
황희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기대인플레이션은 최근의 물가 흐름을 반영한다”며 “유가와 국제식량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 해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고 외식비를 포함해 생활과 밀접한 체감물가가 높은 점도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데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6월 물가상승률 6% 돌파할까
그간 한국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 지표와 상호 작용하면서 소비자물가를 더 밀어올리고, 이에 따라 고(高)물가 흐름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은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왔다. 올해 1월 2.6%였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월에 3%를 돌파했고, 이달 들어 4%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3~4분기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의 파급효과가 이미 근로자 임금 상승과 기업 판매가격 인상 경로를 통해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지금처럼 5%대로 높은 시기에는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정보를 기대에 빠르게 반영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5%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적어도 7~8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6월 물가상승률이 6%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위 회의에 참석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물가 정점도 점점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결정을 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도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통위원들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고착화되기 전에 추가 금리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금통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식량가격 상승 압력과 중국의 봉쇄 조치에 따른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크고 오래갈 것”이라면서 “(물가 상승이) 기업의 비용 전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임금인상 요구 등을 통해 2차 파급효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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