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008240?sid=104
美西전쟁·태평양전쟁 거친 美, 120년 넘게 태평양을 ‘안마당’으로 만들어
中, 세 번째 항모 ‘푸젠함’ 진수…수평 비행갑판·전자식 캐터필트 도입
2035년까지 항모 6척 보유 목표…대만해협 1000㎞ 내 미군 진입 막는다는 구상
中, 수적으론 이미 美 해군 앞질러…美 의회 “中, 한계·취약점 극복 위해 노력 중”
中, 2009~2019년 남태평양에 1742억원 투입…해당 지역 도서국과 안보협정까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1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태평양은 ‘미국의 바다’였다.
1867년 러시아령(領)이던 알래스카를 매입한 미국은 1897년 독립 국가였던 하와이를 병합하며 태평양에 대한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어 다음 해 4월 터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필리핀과 괌 같은 주요 거점을 차지하며 태평양을 ‘안마당’으로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일본의 거센 도전을 받기도 했지만, 미국은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태평양에 대한 패권을 지켜냈다.
이런 미국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강력한 상대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넓은 태평양에는 미중 모두 받아들일 충분한 공간이 있다”며 ‘새로운 대국 관계’를 요구, 태평양 진출 욕망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묵묵부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실상 무시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미국의 10여년 전 당시 전략이 무색하게 자신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스스로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 역시 ‘정면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통해 서방에 대한 공세에 나선 러시아와 극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진짜 상대는 중국밖에 없다며 ‘인도·태평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G2(주요 2개국)가 태평양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면서 태평양의 모습은 그 이름이 의미하던 ‘평화(pacific)의 바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中, 2035년까지 항모 6척 보유…美 대만해협 접근 막는다
중국 인근 서태평양 지역에서 만큼은 미국의 군사력과 비견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겠다는 중국의 꿈은 점차 현실화 되는 모양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지난 17일 진수한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福建)함이다.
푸젠함은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건조하다 중단한 항공모함을 개조하고, 이를 본따 획득한 자체 기술로 만든 1·2호 항모 '랴오닝(遙寧)·산둥(山東)함과는 차원이 다른 항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작은 배수량과 스키점프대 방식 갑판을 채택해 군사 전문가들의 ‘비웃음’을 샀던 과거 항모들과 달리, 만재 배수량이 8만여t에 이르는 푸젠함에는 수평 비행갑판과 함께 자체 개발한 전자식 캐터펄트(항공기를 밀어서 이륙을 돕는 장치)가 도입됐다. 더 많은 함재기가 짧은 시간에 이륙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전투기의 작전 범위가 넓어지고 공격력 또한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핵추진 방식의 네 번째 항모도 이미 건조 중이다. 2035년까지 모두 6척의 항모를 갖춰 미군이 대만해협 1000㎞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스크럼을 짠다는 구상을 차근차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1위 규모 해군력 中, 기술·전투 경험서 美 맹추격
중요한 사실은 중국의 초고속 건조가 항모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서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제7함대에 버금가는 해군력을 갖추기 위해 무서운 속도로 수상 전투함 전력을 확대 중이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 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중국의 수상 전투함 규모는 지난 5월 기준 777척으로 484척인 미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은 지난 3월 펴낸 중국 해군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군력을 가진 국가가 됐다”며 “중국 해군은 한계와 취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현 단계에서 중국 해군이 기술력이나 전투 경험에서 미 해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모든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중국 본토 전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서태평양 지역으로 한정한다면 이야기는 좀 더 복잡해진다.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 4개국이 구성한 대중 안보협의체)를 기반으로 한 대중 동맹이 완성되기 전 태평양으로 나아갈 진출로를 확보하기 위해 대만을 침공할 전력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중국 내에서 있다는 것이다.
대만 해군학교 전 교관인 뤼리스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대만을 지키려면 미 해·공군 전력의 80% 이상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니 파워’ 앞세운 中, 남태평양 도서국으로 영향력 확대 중
멀리 남태평양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중국의 움직임도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26일 솔로몬제도를 시작으로 열흘간 8개 남태평양 도서국을 순방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남태평양 공략을 위해 ‘머니 파워’를 아끼지 않고 쏟아붓고 있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의 조사 결과 중국은 지난 2020년에만 남태평양 도서국에 5291만달러(약 686억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2억7968만달러)과 세계은행(WB·5441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이며, 단일 국가로서는 최대 액수다.
2009~2019년으로 넓혀 볼 경우 중국은 남태평양 도서국에 총 1억3400만달러(약 1742억원)를 쏟아부었다.
남태평양 도서국과 밀착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질서 유지 분야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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